04.12(토)
[국채 이어 달러값도 추락 - “미국, 더 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라는 기사를 읽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을 잡은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정책과 행보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논란이 많습니다. 트럼프가 해리스를 대선에서 이기고 나서는 미국 빅테크, 은행업, 제조업을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연일 증시가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몇 달 전, 박살난 인텔(INTC)을 쥐고 있던 저도 그때 처음 양전을 했어서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증시 외에도 눈 여겨 볼 부분은 바로 채권시장입니다.
채권은 쉽게 말해 차용증입니다. 채권발행 주체(기업, 국가 등)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불특정 다수에게 쉽게 조달하고, 이를 구매하는 주체는 기업이나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액면이자율에 따른)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채권은 채권시장에서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거래됩니다. 이때 채권의 액면 이자율은 시장금리, 위험프리미엄 등의 요소에 의해 결정됩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거래되는 채권 가격은 하락합니다. 이미 발행된 채권을 가지고 있는 주체는 금리 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이자를 약속받았는데 반해, 금리인상 이후 발행된 채권은 전보다 더 높은 이자가 약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기존(금리인상 전) 채권은 가격이 떨어집니다.
당연하게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도 채권의 가격이 결정됩니다. 향후 정부가 내수를 부양할 목적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하고, 이러한 방식이 채권 발행으로 이행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보유한 채권의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실제로 채권의 가격이 하락할 것입니다.
(미국 국채(10년) 수익률)
일반적으로 미국 국채 10년물은 금,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됩니다. 때문에 2020년 코로나펜데믹 당시에 제로금리와 더불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0.60%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전염병이 돌아도 미국은 망하지 않는다 라는 공식을 사람들은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코로나 시절 무제한 양적완화 이후, 풀려버린 돈을 회수하기 위해 전세계가 금리인상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성장률이 바닥을 찍는 와중에도 미국경제와 미국증시는 고공행진을 달렸습니다. ‘미국 경제 예외주의’라는 말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것입니다.
다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며 미국 국채(10년물) 수익률이 급등했습니다. 금리 인하기가 올 것이라는기대와 함께 2024년 4월부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였으나, 미국 대선 시기와 맞물리며 국채 수익률은 급등했습니다. 대선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함께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다고 해석됩니다.
당시의 시각으로 해리스는 바이든 전대통령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트럼프는 민주당의 색채(ESG, 국제 관계, 이민 문제)를 지워버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또한 공화당은 재정긴축, 민주당은 재정확대 라는 기존의 흐름과는 다르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해 정부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기대로 대선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미국 국채(10년)금리는 잠시 하락하였으나, 금세 폭등했음을 수치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상호관세 설정과 미중 무역분쟁의 격화로 다시금 수익률은 폭등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며, Fed가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또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던 달러 또한 시장으로부터 외면받고 있습니다. 달러 인덱스(DXY)는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가 얼마나 강세인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달러 인덱스는 2025년이 시작된 이후로 가장 큰 낙폭을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라는 역사에서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누가보아도 세계 1위 국가입니다. 미국의 경제가 이리도 높은 위상을 차지하게 된 데에는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점이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세계가 망해도 미국은 망하지 않기에, 미국 달러는 현대에도 대부분의 국제 무역 결제에 사용되고, 경제위기가 우려될 때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등 안전자산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 달러의 패권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막대한 부채 규모(약 34조 달러), 중국의 부상, 국제사회 개입 축소, 미국 우선주의, 페트로 달러 붕괴 우려 등 미국이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러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는 미국채 10년물 금리 상승, 달러 인덱스 하락, 금 수요 상승, 증시 낙폭 확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달러를 대체할 차세대 기축통화는 존재할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GDP 2위 중국의 위안화가 이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이는 기사에서 표현된 것처럼 아직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국제 거래의 80% 이상 사용되는 달러를 갑자기 신뢰가 부족한 다른 통화로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앞으로 달러에 대한 의심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대로 국제사회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계속된다면 재정적자 규모를 해소될지라도,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점차 잃어가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달러)외환보유액 4,097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기에, 향후 미국과 미국 달러의 위상이 작아질수록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행방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피드백도 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