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수출 통제
자국 또는 수출국 외 다른 국가(제3국)를 경유하는 수출에 대해 반출을 제한하거나 허가제로 관리하는 수출 통제 규정. 전략물자나 이중용도(민간 및 군사용) 물품의 유출을 막기 위해 활용된다
中 "희토류 쓴 제품, 美수출 말라"…韓 압박
美처럼 '제3국 수출 통제'…난감해진 韓 기업
전력설비 제조사에 요구…배터리·항공우주도 비상 '우회 수출 금지' 경고 어기면 희토류 판매 중단할 듯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중국산 희토류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을 미국 군수업체에 수출하면 제재하겠다’는 내용의 경고성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가 미국산 반도체의 대중국 우회 수출을 통제해온 것처럼, 중국도 전략광물인 희토류의 ‘제3국 수출 통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미·중 양국이 벌이는 ‘패권 전쟁’에서 한국 기업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중국이 중국산 전략광물 전반의 제3국 수출 통제
정부는 전력 설비 업체뿐 아니라 2차전지, 디스플레이, 전기자동차, 항공우주, 의료장비 등 중국산 전략광물을 수입해 쓰는 다른 업종 기업도 대부분 같은 공문을 받은 것으로 파악
중국 상무부는 이달 초 사마륨, 가돌리늄 등 중희토류 7종과 이를 가공한 영구자석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특히 미국 방산기업 27곳에는 중희토류를 ‘이중용도물품’(군수용과 민간용으로 모두 쓸 수 있는 물품)으로 지정해 아예 수출을 금지했다.
한국의 1, 2위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 과정에서 제3자 수출 통제를 계속 확대하면 우리 기업의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中 희토류 경고장…美와 상호관세 협상 앞둔 韓 '새우등' 신세미국 따라하는 中…전략광물 '제3국 수출 통제'
중국이 한국 기업에 자국 희토류를 활용한 완제품을 미국 군수업체에 팔지 말라고 경고한 건 중국이 제3국 수출 통제에 나선 첫 사례다
24일 미국과의 ‘2+2 무역협의’를 앞둔 정부는 고민이 커졌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미국에서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중국의 이익을 희생하는 거래를 할 경우 반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전쟁에서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력 설비, 항공우주기업 ‘초비상’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기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군수업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로 당장 비상이 걸린 건 국내 변압기 등 전력 설비 생산업체다. 중국 당국에서 해당 공문을 수령한 전력 설비 제조사 A사는 완제품이 군수용이 아닌데도 계열사와 관계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품목 중 ‘이중용도(민·군 겸용) 물품’이 섞여 있는 경우 중국 당국이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변압기에 부착되는 전자·전력제어 설비엔 중국산 중희토류가 적지 않게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미국 방산기업에 기체, 엔진, 항공전자장비 등을 납품하는 항공우주업체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항공기 동체에 쓰이는 스칸듐 등의 중국산 수입 비중은 70%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는 ‘미국에 팔지 않겠다’고 서약해야 희토류를 공급받을 수 있는데, 중국산 희토류와 미국 시장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셈이다. 전기차와 의료 설비 분야도 비상이 걸렸다. 예를 들어 전기차 모터에 쓰이는 고성능 영구자석에는 중국산 사마륨과 가돌리늄, 디스프로슘 등 대미 수출을 통제한 희토류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반도체·의료장비·레이더까지 中 수출 옥죄면 공급망 비상
중국이 제3국 수출 통제에 나선 중희토류 등은 전자·자기·광학적 특성을 지닌 광물로, 첨단·방위산업 전반에 투입되는 ‘필수 원자재’다.
중희토류는 전기자동차 모터와 디스플레이 소재, 방산·항공기 부품, 반도체 회로, 의료 장비 등 첨단산업에서 두루 쓰인다.
중국은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갈륨과 게르마늄, 안티몬, 흑연 등의 미국 수출 금지를 단행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전력·통신용 등 첨단 반도체의 필수 원료다.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로 한국 기업은 중국산 광물로 만든 제품을 미국 방산기업에 수출하는 게 어려워진다. 수출 사실이 적발되면 중국에서 원료 조달이 막힐 수 있어서다. 지난해 한국의 중국산 수입 비중은 희토류 영구자석이 89.9%에 달했다. 이어 갈륨(88.4%), 안티몬(77.3%), 경·중희토류(66.1%), 게르마늄(38.1%) 등의 순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았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은 중국산 광물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처 다변화, 대체 광물 개발, 광물 재활용 연구 등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