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사회복지학부 기획부원을 맡고있는 22학번 박성현입니다.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心臓を捧げよ!
예?
신조사사게오. 심장을 바치라는 뜻입니다.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인상 깊게 봤거든요. 장난 같지만 진지하게 ‘엘빈 스미스 단장’의 연설이 최근 가장 인상깊었어요.
엘빈 스미스가 ‘윌 마리아 탈환 작전’에서 함정에 빠집니다. 짐승 거인에게 돌격하나, 도망치나 어차피 죽는 건 마찬가지인 상황에 마주하는데, 이때 대원 하나가 이런 상황에서 명령을 듣고 죽으러 돌격해야하는 이유를 물었어요. 엘빈 단장이 그때 이런 늬앙스의 대답을 했어요.
“죽는 건 똑같다. 인생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그렇다면 우리를 위해 희생했던 동료들의 죽음도 무의미한 것이냐! 우리가 죽음으로 후대에 맡긴다!”
엘빈의 짧은 연설 후에 다시 한 번 전의를 다지며 짐승거인에게 달려가는 조사병단의 모습은 마인크래프트 npc가 빵 1개를 바꾸는데 에메랄드 3개를 요구하길래 자연스레 그 npc를 죽이던 저에게 엑스트라들의 죽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사실 소방관이 되고 싶은데,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죽음과 거리가 먼 직업은 아니잖아요?
평소에 제가 하는 생각과 관련 깊기도 하고, 멋있기도하고(웃음). 좌우명까지는 아니지만 질문을 듣고 이 말이 가장 먼저 생각났어요.
좀 일반적인 답을 하자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인 것 같아요.
평소에 망상을 자주하시는 편이라고?
네. 저는 그런 편인 거 같아요. 조금 낯간지럽지만 특히 죽음에 대한 망상을 자주해요.
이유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무서워서인 거 같아요.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미지에서 오는 공포가 꺼름칙해요. 죽음 뒤에 뭐가 있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잖아요.
어릴 때는 집안의 영향으로 기독교를 믿었어요. 죽음 뒤에는 사후 세계가 있겠거니 하며 애써 아웅하며 살았는데, 점점 커가다 보니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됐어요.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삶이 정말 무의미하다.’라는 생각도 하게 돼요. 죽음 이후의 세계가 무(無)라고 가정하면, 저는 정말 없던 사람이 되잖아요. 저 같은 사람 뿐만 아니라 엄청난 업적을 세운 공자, 맹자 이런 사람도 무수한 시간이 지나면 없던 사람이 될 수도 있단 게 참 묘하네요.
근데 어디서 되게 머리가 띵하게 되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거든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무수히 긴 시간 속에서 제가 세상에 나온 건 정말 찰나의 순간이라는 이야기인데요. 무섭다고만 생각했던 죽음이 원래는 당연한 거고, 제가 살아있다는 것이 오히려 특이점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마음이 차분해지고, 이 찰나를 내 나름대로 의미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의미있게 살다 멋있게 죽고 싶습니다. (엘빈처럼;;)
또 저만의 삶의 의미를 찾아본다면, 사소한 행복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소하지만 행복한 순간을 잘 포착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힘들 때도 그러한 순간들이 한 번씩 떠오르면 힘이 나기 마련이니까요. 그러기 위해서 인생을 충실히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 충실한 것?
‘열심히’, ‘충실히’의 기준이 애매하긴 한데. 나름대로 열심히, 또 꾸준히 헬스를 하려합니다. 일주일에 4번 이상, 1시간 이내로? 누가보면 이게 무슨 열심히 하는 거냐 할 수 있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하는데 큰 중점을 두고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소소한 행복이 앞서 말했듯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헬스를 하면 건강해지는 기분도 들고 투자한 시간에 비해 하루를 알차게 산 것 같은 기분도 들어서 행복해집니다. 헬스 외에도 러닝을 주기적으로 뛰고 있습니다.
학생회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제가 군인으로 복무하고 있을 때 9047라는 번호로 전화왔어요. 거의 1년 만에 전화 온 건데 ‘어, 이거 민교형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짧게 인사를 나누다가 형이 ‘학생회 해볼 생각 없냐. 있으면 지원이나 해봐라 노예야(?!). 네 과동기들 다 한다.’라고 해서 하게 됐죠. 그런데 정작 들어와보니까 한다고 한 동기들이 다 증발해서 당황했어요(웃음). 그래도 후회하진 않습니다. 재밌어요.
학생회 임원으로 일하다보니 새내기 때를 돌아보게 됐어요. 새내기 때 더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한 게 아쉬워요. 물론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똑바로 대화해보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어릴 때 좀 더 친화력을 키웠어야 하는데 동기들과 보낸 시간이 절반 이상인 것 같네요. 왜 제가 불편한 것만 생각하고 상대방도 불편하지만 저를 배려해주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요! 후회됩니다. (익명의 22학번 남학우 여러분 사랑합니다.)
이상적인 세상이 있다면?
오늘 아침에 저희 집 앞에 누가 쓰레기를 버려뒀더라고요. 냉면이 담겨있는 플라스틱 통이었어요. 음식물을 따로 버리고 플라스틱만 내놓은 것도 아니고, 그냥 그대로 두어서 벌레가 많이 꼬였어요. 이런 거 볼 때마다 참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저도 무척 착하고 윤리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이상적인 세상을 꿈꿔보자면, 개인이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건 개인이 바꾸는 세상이 되길 원합니다. 냉면을 플라스틱에서 분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요. 생각해보니 제가 제일 노력해야 될 거 같네요(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인터뷰를 한대서 준비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 했어요. 그래서 인터뷰에 똑바로 응하지 못 할 것 같아 걱정됐는데, 22학번 중 그나마 정상 범주 안에 속하는 익명의 인터뷰어 여00 씨가 잘 이끌어줘서 생각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항상 제가 인터뷰를 하는 입장이었는데, 인터뷰이가 되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정말 끝으로...
心臓を捧げよ!
박성현

